언제부터인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한 정권이 끝나면 다음 정권이 보복을 일삼고 또 다음 정권이 권력을 잡으면 보복으로 앙갚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러한 보복의 구조가 사람들의 정서 속에 스며들면서 보복 운전, 보복 주차, 보복 범죄, 보복 살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이제는 개인의 보복을 넘은 사회적 보복인 보복 수사, 보복 입법, 정치 보복 등의 용어가 종종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즈음에는 심지어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란 말도 유행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보복 소비는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등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입니다.
사치품을 명품이라 조작하면서 그것을 판다고 공지하면 줄을 서서 밤을 지새우다가 문을 열면 정신없이 달려가서 쟁취하듯 그것을 사버리는 모습이 종종 메스컴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보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보복의 끝은 ‘보복의 악순환’일 뿐입니다.
다윗도 사울 왕의 칼을 피해 도망자로 살고 있고 정치후견자인 사무엘마저 세상을 떠났을 때 보복의 구렁텅이에 빠질뻔했습니다.
나발이라는 불량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사울 왕의 세력은 더 커지는 것처럼 보였고, 자신의 군대를 유지하기도 힘들었던 다윗은 전령을 보내 그동안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보호해 주었던 나발이라는 사람에게 정중하게 식량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에 나발은 박절하게 그 요청을 거절해 버립니다.(삼상25:10). 이로인해 크게 노한 다윗은 칼을 차고 400명의 군사를 무장시켜 나발과 그 집의 모든 남자를 죽이기 위해 출동합니다. 가히 보복 습격이라 할만합니다.
여기서 출동한 다윗을 막아선 것은 현숙한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었습니다.
다윗이 군사를 출동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아비가일은 급히 식량을 준비해서 다윗 앞에 엎드려 요청합니다. ‘그동안 여호와의 싸움을 싸우던 다윗께서 왜 개인적인 원한으로 복수의 피를 흘리려 합니까?’ 아비가일은 물매로 골리앗을 이긴 다윗을 생명 싸개(צְרוֹר/bundle)와 물매 쏘개(תָּוֶךְ/ middle)ְ라는 그림 언어로 설득합니다. 어쩌면 목숨을 건 청원이었습니다.
이에 다윗은 그 말을 듣고 ‘생명 싸개에 든든히 싸여 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팔매질 당할 물매 쏘개에 들어있는 존재가 될 것인가?’라는 선택 앞에 당시의 일반적 생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의 칼을 내려놓게 됩니다.
억울한 일들이 많아 보이는 요즈음 세상에 생명싸개와 물매쏘개를 그려보면서 ‘보복은 물매로 자신의 생명을 팔매질하는 것’이라면, 보복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싸움"을 싸우자고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는 싸움, 그것은 교만과 오만과의 싸움입니다. 피 흘리기까지 죄와 싸우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싸우는 이유는 생명 싸개로 예인의 목장교회와 연합교회 더 나아가 한국교회를 꼭 싸매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로마서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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